Rosen R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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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으로 유유자적 즐겨본 늑대의 싱가포르 여행기

지난 2017년 말, 기회가 되어 싱가포르에 다녀오게 되었다. 동남아 쪽으로 여행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큰 기대없이 찾아갔던 곳인데 막상 여행해보니 기대보다 더 큰 만족도를 주었던 곳이라 꽤 늦었지만 이제라도

포스팅을 남겨보고자 끄적여본다.


싱가포르 방면 항공편은 좀 애매하게 짜여져 있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같이 가는 일행과 상의한 결과 예정한 날짜보다

하루 전 늦은 비행기로 출발해 새벽에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비행기가 낮시간에 출발하거나 저녁시간 출발이고, 도착해서 수속밟고 체크인하다보면 서너시간 쯤은

순식간에 지나가다보니 여행 첫날은 그냥 버리게 되는 문제점이 있어서 차라리 새벽 5시정도에 도착해서 10시쯤부턴

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다. 더하여, 그동안 쌓여있던 항공 마일리지 덕분에 좌석 승급도 가능했고,

공항 내 항공사 라운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늦은 시간 출발하는 비행기도 부담이 적었던 것이 한 몫을 했다.


비지니스 석 업그레이드가 좋았던 것이, 어차피 대여섯시간 자면서 가야하는데 좌석이 침대처럼 누워갈 수 있도록 제공되어

도착해서도 피곤을 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잠을 푹 잘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몸을 세워놓고 자는건 아니었으니

찌부둥하지 않았단 점이 만족스러웠다고 할까.



공항에 도착하고 수속을 마치니 오전 6시 전후. 대중교통은 움직이지만 당초 계획했던 대로 투어리스트 패스를 구입하려는

매표소는 9시나 되어야 문을 열기때문에 당장 지하철을 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1회권 티켓을 사도 되겠지만 계획과 달리

타산이 맞지 않는 것 같아 결국 공항~호텔간 셔틀버스를 타기로 결정.



호텔에 도착해서도 걱정이 앞선던게,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체크인이 가능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여차하면

데스크에 짐만 맡겨두고 일차적으로 시내 투어를 하러가도 되겠지만, 전날 밤 11시에 출발해 여지껏 씻지도 못했기에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호텔에 물어보니 다행히도 방이 비어있어서 바로

입실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우리 일행은 환호하면서 저마다 방으로 들어가 두어시간 휴식도 취하고 샤워도 하며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싱가포르를 찾아갔던 시기가 12월이었던지라, 호텔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하며 다양한 데코레이션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기온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반바지, 반팔을 입고 땀을 흘리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려니 뭔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 일단 점심식사와 함께 싱가포르 투어 시작.



근저 쇼핑센터에서 유명하다는 카야 토스트로 이국의 맛을 느껴보기 시작했다. 반숙된 계란이 함께 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달디 단 커피맛도 독특했지만, 과자처럼 바삭하게 구워낸 식빵에 발라진 잼의 맛은 더욱 특이했었다. 이래서 카야잼이

맛나다고 선물로 많이들 사는구나 생각은 했지만, 같은 메뉴를 두번씩 연속해 먹기엔 너무 달다는게 개인적 평가.


이후부터 돌아본 시내관광은 다른 관광객들의 포스팅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도 바라보고, 머라이언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근처 기념품 샵에서 아들딸에게 가져다 줄 선물도 살펴보았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마리나베이 샌즈 내

쇼핑센터에선 페라리 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싱가포르가 원산지라는 TWG 티샵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들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싱가포르에서 F1 경기가 펼쳐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경기장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파악하고 있지 못했는데, 마리나베이를

따라 클락키까지 걸어가다보니 자연적으로 눈에 띄이는 관람석을 보면서 우연찮게 트랙을 찾아가기도 했다. 직접 경기를 관전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영암과 상하이, 스즈카, 마카오에 이어 5번째로 F1 경기장 트랙을 밟아보는 경험도 쌓았다.


수영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탓에 유명하다는 샌즈 호텔의 인피니티 풀은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일행과 함께 넘어간 곳은

핫 플레이스라는 클락키 강변. 조금 이르게 도착한 탓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문을 연 식당들과 펍, 그리고 들려오는

비트 강한 음악소리는 이곳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도 피할 겸, 여행책자에서 소개한 펍을 찾아가 맥주한잔을 시켜놓고 강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잠시 발길을 쉬어간다. 제법 굵직한 빗줄기에도 초조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술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바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며 바로 옆 테이블에서 술을 즐기던 한국 여행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 노부부 분이셨는데,

안주도 없이 맥주만 마시던 우리를 보고 자신들이 시킨 안주가 너무 많은것 같다며 반 정도를 우리에게 나누어 준다. 어차피

저녁을 따로 먹을 생각이라 일부러 안주도 없이 술만 즐기고 있었던 건데, 젊은 일행들이 여행경비를 아끼려는 줄 아시고

인심을 쓰신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마시던 술잔을 비운후, 첫날 저녁이니 거하게 먹어보자는 의견에 따라 칠리크랩으로 이름높은

점보 시푸드로 넘어갔다. 여행책자에도 가장 첫 장에 올려져 있는 곳이다 보니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 많았고, 그중 1/3은

한국 관광객들인 듯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고개를 돌린 곳에 우연찮게도 바로 앞 맥주집에서 만났던 그 노부부 분들이

앉아 계셨다.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올리고 나니, 우리에게 안주를 선사해주셨던 것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웨이터를 불러 작은 메뉴 하나를 추가해 그쪽 테이블로 보내도록 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두가지 메뉴, 칠리크랩과 볶음밥을 시켜 먹어보니 과연 인기메뉴라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랩 자체만으로도 꽤 맛이 좋았지만, 소스를 볶음밥에 섞어 먹어보니 그 만족도가 훨씬 올라간다. 게 껍질을 깨가며

힘겹게 먹는것보다 먹기가 편했던 것도 한 몫 했을지 모르겠다. 조금 맵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맥주 한잔과 곁들어 먹기엔 더없이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식사를 얼추 마무리 지어 갈 즈음에, 샥스핀 한 그릇이 도착을 한다. 서비스인가 물어보니 아까 메뉴 하나를 보내드렸던

노부부께서 감사의 의미로 또 다시 선물을 주신 것이었다. 안주 하나를 빚졌다는 생각에 보내드렸던 것이, 오히려 더 큰

선물로 돌아오는 바람에 한층 더 감사하고, 또 즐거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여행의 첫날 밤부터 그렇게 넉넉하고 따뜻한 인심에 행복해하며, 클락키의 야경을 즐겨본다. 무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걸어서 관광하는게 귀찮아졌기에 근처에 널려있는 유람선 한척을 골라타고 편안히 강변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에 맞춰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유람선을 타게 되면 샌즈호텔 앞에서 펼쳐지는 레이져 쇼를 유람선에서 지켜볼 수

있다기에 그걸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굳이 골라서 볼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평가해본다.

어차피 샌즈 호텔 앞 광장에서 편히 앉아 바라볼 수도 있는 공연이고, 다만 광장에서 볼 때와 달리 수상에서 샌즈호텔을

바라보며 즐기는 전경이 좀 색다르다는 정도이기에 못 봤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싱가포르 여행의 이틀차는 센토사 섬으로 향했다. 테마파크 즐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들러가자는

계획이었는데, 함께 갔던 일행은 그저 영화촬영 스튜디오나 전시관 정도로 생각을 했다가 기대 이상의 재미를 누렸다며

덩달아 즐거워해서 다행이기도 했다. 투어리스트 패스로 모든 교통수단이 통용될 줄 알았는데, 센토사 섬으로 넘어가는

모노레일은 별도로 티켓을 사야해서 잠시 당황. EZ-link라는 티켓은 그대로 쓸 수 있지만 투어리스트 패스는 별도로

인당 5 SGD 정도의 가격으로 티켓을 사야만 한단다.



그나마 티켓 한장이면 하루종일 모노레일을 맘껏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점에 안도하며 티켓을 구매. 워터프론트에서 내려

미리 준비해 둔 유니버설 스튜디오 티켓으로 조금 더 빠르게 입장을 했다. 입구에서 별도로 티켓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전자티켓을 출력해오면 QR코드를 이용해 하이패스처럼 더 빠르게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겪어본 입장에서,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않은 느낌이었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거라고만 생각했었다.

여행에 앞서 다른 블로그들을 읽어보면 더운 날씨에 몇십분, 때론 한시간 이상씩 줄 서 있는것이 고역이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내 경우엔 어떤 어트렉션에서도 15분 이상 줄선 경험이 없었다.



가장 먼저 찾아갔던 파라오의 분노도 그랬고, 쥬라기 공원이나 트랜스포머도 마찬가지. 핸드폰으로 하스스톤 한 판정도

하다보면 어느새 내 차례가 오곤 했었다. 점심시간이 지날 즈음에야 시간이 일러서가 아니라, 우리가 찾아갔던 그 때가

운 좋게도 관람객이 없는 비수기였던 것을 알았다. 그나마 일본에서 단체로 찾아온 수학여행 일행이 있어서 조금 붐볐을 정도.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가장 인기 높다던 워터월드 쇼도 사람 적기는 마찬가지. 익스프레스 티켓도 없었는데

단 한번에 공연에 들어갈 수 있었고, 좌석도 여유로와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기도 했다. 그저 짜여진

각본으로 하는 공연에 뭐 그렇게 칭찬이 자자할까 싶었는데, 막상 직접 구경해보니 과연 손꼽힐만 하구나 하게 되더라.

몸을 아끼지 않는 스턴트맨들의 모습과 곳곳에서 터지는 폭발 신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무대장치에

어차피 뻔한 결말과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감탄을 아끼지 않게 되고, 나 역시도 다른 이들에게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소문을 전하게 되었다.


화약냄새 가득한 워터월드를 뒤로 하고, 엔간한 어트랙션 한번씩 섭렵한 후 지도 한장을 들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나라별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가 되는 영화가 조금씩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싱가포르의 경우엔

슈렉과 마다가스카, 트랜스포머, 그리고 세서미 스튜디오가 핵심 테마인 듯 싶다. 함께 했던 일행은 센토사 해변을

즐기겠다며 헤어졌기에 홀로 여유롭게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유를 즐겨보았다. 가두 공연도 지켜보고, 기념품 가게도

두세번씩 들락거리고, 내가 봤던 영화들도 되새기며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봤지만 오후 3시쯤엔 더 볼것도 없었기에

나 또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나서 해변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후 늦은 시간에 찾은 센토사 해변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외국의 풍경 좋은 해변가를 생각한다면 바로 그곳이었을 듯 싶다. 플라잉 디스크를 던지며 노는 아이들, 바다에서 수영하다

뭍으로 올라와 해변가 펍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는 여행객들, 서로 손잡고 천천히 모래밭을 걸으며 풍경을 즐기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가볍게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더위를 달래본다.



맑은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을 바라보니, 꼭 한번 가족들과 이곳을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워터파크의 소독약 냄새 대신

맑은 바닷물의 소금기를 느끼며,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모래가루를 만끽하는 아이들의 얼굴표정을 기대해보게 되더라.

그렇게 가족들과의 다음 여행지로 센토사를 점찍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MRT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의 숙소로 삼은 쉐라톤 타워는 싱가포르 먹거리 광장인 뉴튼 호커센터와 가까워 저녁식사를 해결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첫날 저녁을 거하게 먹었으니, 둘쨋날은 소소하게 즐겨보자는 의견에 따라 호커센터를 찾았다. 비싼 점보 시푸드 레스토랑의

칠리크랩과 맛을 비교해보기 위해 뉴튼 호커센터의 칠리크랩도 시켜보고, 맥주와 함께 즐기기 위해 꼬치구이인 사타이도

한 셋트 주문해보았다. 가격이 거의 절반 수준이라 저렴한 것은 장점이지만, 맛까지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다만 가성비로 따진다면 큰 부담없이도 싱가포르 칠리크랩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



대신 크런치 슈프림이었던가?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요리가 오히려 새로운 식감으로 만족을 주었다. 둘이서 먹기엔 좀 많은

세트메뉴였기에 남기긴 했지만, 가족여행으로 찾아간다면 세트메뉴 하나와 사타이 한 세트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날은 싱가포르의 더운 날씨에 지쳐 좀 게으름을 피워보았다. 쉐라톤 호텔의 널찍한 수영장에 누워 선선한 바람도 즐겨보면서

호텔에서 밍기적거려 본 것이다. 원래 시내관광을 좀 해볼 계획이었는데, 워낙에 더웠던 날씨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던가 보다.



오전 나절을 수영장과 에어컨 나오는 방에서 데굴거리다 점심께에 잠시 나가본 곳은 리틀 인디아에 위치한 스리 비라마칼리암만

사원이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시장과 박물관, 그리고 종교 유적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힌두교 사원은 가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다만, 잘 알지 못하는 종교인만큼

혹시나 지켜야 할 금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던 기억이 난다.



기독교나 불교와 달리 특이한 기도 방법, 그리고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조각상들에 매우 신기해하던 내게 기도를 올리던

사제 한분이 다가온다. 내 옆으로 줄서있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이마에 점을 찍어주더니, 내게도 접시에 담겨있던 하얀

가루를 찍어주려는 모양이었다. 무언가 축복의 의미를 담은 행동 같은데, 공양을 바친 신도에게만 해주는건가 싶었더니

외국인도 가리지 않고 해주는 건가 보다. 딱히 믿는 종교가 없는지라 굳이 거부할 것도 없고 하여, 다른 신도들이 하는

행동을 조심스럽게 따라하며 이마에 점을 받았다. 이걸로 나에게도 칼리 여신의 가호가 내리는 걸까?


사원을 나서며 발길을 돌린 곳은 근처에 위치한 무스타파 센터였다. 앞서 먹어봤던 칠리 크랩 소스와 카야 잼들, 그리고 선물로

필요한 호랑이약 연고를 사기 위해서였는데, 우리나라 이마트 정도를 생각하고 들어섰다가 생각보다 큰 규모에 약간 놀랬다.

굳이 비교해본다면 광장시장같은 쇼핑센터라고 할까? 빵, 과자, 향신료와 같은 갖가지 식재료부터 약, 기념품, 의류까지 다양한

소비재들이 서민층을 위해 진열되어 있었고 엔간한 관광지의 기념품들도 이곳에서 대부분 찾아볼 수 있었다.



머라이언과 같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에 대한 기념품은 여기서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한 편이고, 타이거 연고와 같은

약들도 도매코너가 따로 있어서 공항 면세점보다 절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종류도 다양하니,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꼭

들러가야할 코스기도 했다. 다만, 카야잼의 경우 유리병에 담겨있어 여러병을 구매한다면 그 무게가 꽤 되는 편이니

쇼핑을 한 후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보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이동하거나, 쇼핑을 하루의 마지막 순서로 정하길 추천한다.


그렇게 기념품 구매를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직 구경할 것들이 더 있긴 했지만 그건 다음에 가족들과

방문해서 찾아가기로 하고 조금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다. 어차피 항공기도 새벽 1시 출발이고, 가방을 어딘가 맡겨둔 후

시내관광을 더 해도 되겠지만 무더운 날씨가 귀차니즘을 더욱 부채질했다. 내 경우엔 어차피 라운지 이용도 가능하고 해서

라운지에 앉아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가며 시간을 때울 계획이었다.



싱가포르로 출발하면서 먹어봐야 할 음식들 중 락샤라는 음식만 먹지 못했었기에 조금 아쉬워했는데, 공항 식당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이 또한 해결을 했다. 음식 맛은 걸쭉한 매운탕에 쌀국수를 말아 먹은 느낌이랄까? 독특한 냄새가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막상 먹어보면 매콤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과 잘 어울려 끝까지 먹게 되더라.

라운지에도 이 락샤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결국 저녁으로 두어그릇 더 먹기까지 했었다.


평소 라운지는 항공시간에 임박해서 이용하는 탓에 1시간여 내로 들러가는 수준이었으나, 이번 여정에선 항공기 시간까지 거의

5~6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정말 본전을 뽑을 정도로 이용을 했던것 같다. 맥주도 여러번 가져다 마셨고, 빵이나 락샤, 음료수도

종류별로 마셨으며 중간중간 의자에 몸을 기대고 쪽잠도 청할 정도. 원래는 라운지 이용에 3시간인가 시간제한이 있다고 했는데

직원이 굳이 시간 재가면서 제약을 걸거나 하진 않더라.



돌아오는 항공기에서도 비즈니스석의 특권으로 편하게 누워서 잠을 청했고, 겨울철 출발하면서 서비스 되었던 외투 보관 서비스로

짐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었다.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짐과 외투를 찾아들고, 비즈니스 석에 제공되는 특권인 하얏트 호텔 사우나

이용 또한 즐기고 돌아왔다. 새벽 1시 비행기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제대로 씻지도 못한채 찌부둥한

몸으로 집으로 가기보다는 뜨끈한 물에 여행으로 지친 몸을 풀어주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1층에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하얏트 호텔로 찾아갔다. 원래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는 공사중이라 반대편 다른 사우나로 안내받느라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이용하는 손님도 거의 없었고, 호텔 사우나인만큼 깨끗해서 만족스럽게 여독을 풀고 나올 수 있었다.



계획에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운 여정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껏 다녀왔던

일본이나 유럽 여행의 빡빡한 일정 대신, 게으름과 여유로움 속에 맘 편히 즐겼던 여행이 더욱 만족스러움을 안겨줬던 것

같다. 다음 여행도 굳이 여러 코스를 둘러보는 관광 대신, 유유자적하는 거북이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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